운전 3년차였어요.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접촉사고는 그냥 남 얘기인 줄 알았죠. 신호 대기 중에 앞차가 서길래 저도 멈췄는데, 뒤에서 쿵. 세게 받힌 것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머릿속이 진짜로 하얘지더라고요. 심장이 목까지 올라오는 것 같고, 핸들 위에 얹은 손이 뭘 해야 할지 몰라 그냥 굳어 있었어요. 나중에 하나하나 복기해 보니, 그 몇 분 사이에 내린 결정이 죄다 틀렸더라고요. 이 글은 사실 그 실수들을 적은 반성문에 가깝습니다.
제일 먼저 한 실수 — 차부터 갓길로 빼버렸다
받히자마자 든 생각은 딱 하나였어요. "여기 있으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래서 바로 차를 갓길로 뺐어요. 상대 차도 저를 따라 옮겼고요. 뒤차 흐름 방해하기 싫다는 마음이 컸는데, 문제는 부딪힌 위치랑 각도를 증명할 사진을 단 한 장도 안 찍고 옮겼다는 거예요. 그게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뒤에서 차가 밀려오는 위험한 상황만 아니라면 옮기기 전에 원래 자리에서 사진 몇 장은 무조건 남겨야 해요. 물론 고속도로처럼 차들이 쌩쌩 달리는 곳이면 얘기가 다르죠. 그땐 비상등부터 켜고 사람이 먼저 갓길로 피하는 게 맞아요. 근데 저는 안전 때문에 옮긴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겁이 나서. 안전 확보도 아니고 기록도 안 남긴, 딱 최악의 조합이었죠.
최악의 선택 — 그 자리에서 현금 20만원 합의

내리니까 상대분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었어요. "보험 처리하면 서로 할증 붙고 복잡해지니까 그냥 현금으로 깔끔하게 하자, 20만원 드릴게"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 보험료 오르는 것도 무섭고, 이 어색한 상황을 1초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거든요. "아, 네네 그렇게 하시죠" 하고는 각서 한 줄 안 쓰고 20만원 받아 헤어졌어요. 문제는 며칠 뒤였습니다. 정비소에서 범퍼를 뜯어보니 안쪽 브래킷까지 밀려 있어서 견적이 40만원을 넘겼어요. 20만원으로는 반도 안 됐던 거죠. 그때 정비사분이 웃으면서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이런 거 현금 합의 잘못하면 며칠 뒤에 목 아프다고 다시 연락 오는 경우도 많아요." 받은 쪽이든 준 쪽이든 뒤탈 나기 쉬운 게 현장 현금 합의더라고요. 이제 저는 정말 손톱으로 긁은 자국 수준 아니면 그 자리 합의는 안 합니다.
사진, 나는 이렇게 대충 찍어서 나중에 손해봤다

그날 제가 찍은 사진이요? 제 범퍼 딱 한 장. 그게 다였어요. 나중에 상대랑 말이 어긋났을 때, 제 손에 든 증거가 그 흐릿한 한 장뿐이라 아무 힘을 못 쓰겠더라고요. 그 뒤로는 사고만 났다 하면 습관처럼 이렇게 찍어요. 두 차 번호판이 한 프레임에 같이 들어오게 멀찍이서 전체를 한 장, 부딪힌 부위는 바짝 붙어서 한 장, 그리고 뒤로 물러나 차가 도로 어디쯤 어떤 방향으로 서 있는지 보이게 한 장. 스키드마크나 떨어진 파편이 있으면 그것도요. 각도가 좀 겹쳐도 상관없어요. 많이 찍어서 손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여기에 블랙박스 영상까지 붙으면 웬만한 말싸움은 그냥 끝나더라고요. 그 사건 이후로 저는 블랙박스 메모리 상태도 가끔 확인해요. 정작 필요한 날에 녹화가 안 돌아가 있으면 다 소용없거든요.
결국 보험사부터 부르는 게 제일 마음 편하더라
두 번째 접촉 때는 아예 순서를 뒤집었어요. 사진부터 넉넉히 찍고, 그다음 곧장 제 보험사에 전화했죠. 신호음 몇 번 만에 접수 담당자가 받더니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상대분이랑 연락처는 교환하셨고요?" 하고 차분하게 짚어주는데, 그 목소리 하나에 두근거리던 게 확 가라앉더라고요.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그게 컸어요. 그리고 하나 알아두면 좋은 게, 보험사를 부른다고 무조건 보험료가 오르는 건 아니에요. 접수만 하고 실제 처리를 안 하거나, 자기부담금 안에서 정리되면 할증이 안 붙는 경우도 있거든요. 판단이 안 설 땐 일단 접수해두고 나중에 취소하는 편이, 아무 기록 없이 현금으로 얼렁뚱땅 덮는 것보다 백 배 낫다는 걸 저는 20만원 날리고 나서야 배웠습니다.
자리 뜨기 전에 이것만은 꼭 — 내가 놓쳤던 것들

첫 사고 때 제가 안 챙겨서 고생한 것들이에요. 상대 이름, 연락처, 차량번호는 기본이고, 상대 보험사 이름까지 받고 실제로 그 번호가 맞는지도 확인하세요. 저는 연락처만 덜렁 받았다가 나중에 그 번호로 통화가 안 돼서 애를 먹었어요. 발신음만 울리고 안 받는데, 그때 심정이 참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사고 직후엔 멀쩡해도 하루 이틀 지나 목이나 허리가 뻐근해지는 경우가 흔해요. 저도 딱 이틀 뒤에 목이 결렸는데, 이미 현금 합의 끝난 뒤라 어디 말도 못 꺼냈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그날 바로 병원 가서 기록 남기세요. 그게 나중을 위한 진짜 안전장치예요.
지금 내가 지키는 접촉사고 대처 순서
크고 작은 접촉을 세 번 겪고 나서, 이제 제 머릿속에 순서가 딱 박혔어요. 일단 비상등부터 켜고 안전을 확보한 다음 사람을 먼저 챙깁니다. 그리고 차를 옮기기 전에, 앞서 말한 그 구도로 현장 사진을 찍어요. 뒤에서 차가 밀려와 위험할 때만 갓길로 옮기고요. 그다음 서로 연락처와 보험사를 교환하고, 마지막으로 제 보험사에 전화해서 안내를 받습니다. 합의요? 그건 제일 나중이에요. 견적 다 나온 뒤에 천천히 해도 하나도 안 늦어요. 첫 사고 때 저는 이 순서를 몰라서, 20만원이 아니라 며칠 밤 마음고생을 훨씬 크게 치렀거든요. 접촉사고는 운전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은 만나요. 결국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당황하지 않고 순서대로 몸을 움직이는 거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