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뽑은 게 2019년 봄이니까 올해로 7년째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초반 2~3년은 차보다 용품 지르는 맛에 살았다.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서 별점 4.5 넘는 거, 유튜브에서 '이건 무조건 사야 한다'는 거 보이면 일단 장바구니에 넣었다. 결제 알림 뜰 때의 그 짜릿함이 좋았던 거다. 그렇게 몇십만 원을 태우고 나서야 알았다. 매일 손이 가는 건 진짜 몇 개 안 되고, 나머지는 트렁크 짐칸에서 굴러다니다 조용히 잊힌다는 걸. 오늘은 브랜드 얘기 다 빼고, 내 돈으로 사서 써본 것들을 종류별로 솔직하게 갈라본다.
트렁크가 용품 창고가 되기까지
처음엔 '차 좀 아는 사람' 소리가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반년쯤 지나니 트렁크가 짐칸이 아니라 안 쓰는 용품 창고가 돼 있었다. 하루는 마트에서 장을 잔뜩 봤는데 실을 자리가 없어서 우유며 세제며 죄다 조수석에 올려놓고, 신호마다 쏟아질까 봐 손으로 붙잡고 왔다. 그날 집에 와서 열받아 트렁크를 통째로 비웠다. 바닥에 스무 개 넘는 용품을 쫙 늘어놓고 최근 한 달 안에 손댄 것과 안 댄 것으로 갈라봤다. 결과가 좀 충격이었다. 실제로 쓴 건 다섯 개도 안 됐다. 나머지는 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것들이었다.
매일 손이 가는 것 — 거치대와 고속 충전기

제일 잘 산 건 웃기게도 제일 싼 축에 드는 물건이었다. 휴대폰 거치대랑 고속 충전 케이블. 거치대는 처음에 송풍구에 무는 걸 샀는데 여름엔 에어컨 바람을 다 막지, 좀 지나면 저 혼자 스르륵 흘러내리지, 못 쓰겠더라. 결국 대시보드에 붙이는 무게추 방식으로 정착했다. 하루에 폰을 열 번은 올렸다 내렸다 하는데 여기서 삐걱대면 그게 매일 스트레스다. 충전도 똑같았다. 내비 켜고 음악까지 틀면 케이블 꽂아놨는데도 배터리가 오히려 줄었다. 고속 충전 되는 걸로 바꾸고 나서 이 짜증이 딱 사라졌다. 하루에 열 번 손대는 물건에 몇천 원 아끼면 안 된다는 걸 이때 제대로 배웠다.
진짜 잘 샀다 싶은 것 — 트렁크 정리함과 미끄럼 방지 매트

두 번째로 만족한 건 트렁크 접이식 정리함이다. 이거 없을 땐 코너 한 번 돌 때마다 우산, 부스터 케이블, 워셔액 통이 저쪽 끝까지 우르르 굴러가서 덜그럭 소리가 났다. 정리함 세워두고부터는 소음도 없고, 뭐 찾을 때 한 번에 손이 간다. 안 쓸 땐 납작하게 접히니 자리도 안 먹는다. 대시보드 미끄럼 방지 매트도 의외의 효자였다. 하이패스 카드나 잔돈을 올려놔도 급코너에서 안 날아간다. 예전엔 카드가 발밑으로 떨어져서 톨게이트 앞에서 허둥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둘 다 만 원 안팎인데, 솔직히 비싼 용품 열 개보다 이 두 개가 삶의 질을 더 올렸다.
사놓고 후회한 것 — 마사지 쿠션과 무선 청소기
반대로 돈이 아까웠던 것도 수두룩하다. 좌석 마사지 쿠션은 광고만 보면 안마의자급일 것 같았는데, 막상 켜보니 진동이 간지럽기만 하고 등받이 부분이 딱딱하게 배겨서 오히려 허리가 불편했다. 딱 세 번 쓰고 뺐다. 차량용 무선 청소기는 더 심했다. 흡입력이 약해서 매트에 낀 흙은 꿈쩍도 안 하고, 충전을 자꾸 까먹어 막상 청소하려고 꺼내면 방전돼 있었다. 결국 셀프세차장 가서 동전 청소기 돌리는 게 백 배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드 그립 핸들 커버도 마찬가지다. 사진으론 고급스러웠는데 여름에 손 땀 차니까 오히려 미끄러워서 위험했다. 보기 좋으라고 산 건 거의 다 후회 목록에 올랐다.
계륵 같은 것 — 있으면 좋지만 자주 안 쓰는 것

버리자니 아깝고 매일 쓰지도 않는 애매한 것들도 있다. 성에 제거 스크래퍼는 1년에 한겨울 며칠만 쓴다. 근데 그 며칠, 아침에 앞유리가 꽝꽝 얼어붙었을 때 이게 없으면 출근이 통째로 꼬인다. 급한 마음에 카드로 긁다가 카드만 휘어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안다. 그래서 남겼다. 비상 삼각대와 안전조끼는 사실상 의무 비치라 트렁크 깊숙이 넣어뒀고, 접이식 우산도 자리는 먹지만 갑자기 소나기 쏟아지는 날 딱 한 번에 값을 한다. 나는 이런 것들을 '비상용 박스' 하나에 다 몰아넣고, 매일 쓰는 것만 손 닿는 앞쪽에 뒀다. 이렇게 나누고 나니 트렁크가 확 넓어졌다.
7년 써보고 내린 결론
결국 용품 고르는 기준은 하나로 정리됐다. 타고 내리는 동선에 매일 걸리느냐. 화려하고 비싼 건 처음 며칠만 설레고 결국 트렁크 짐이 된다. 나는 요즘 뭘 사기 전에 스스로한테 딱 하나 묻는다. '이걸 내일 아침 출근길에도 손댈까?' 이 질문 하나로 충동구매가 절반 넘게 줄었다. 혹시 지금도 별점 보면서 장바구니 채우고 있다면, 새 거 사기 전에 트렁크부터 한 번 싹 비워보길 권한다. 늘어놓고 보면 내가 뭘 진짜 쓰는 사람인지, 어디에 돈을 버렸는지 그때 정확히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