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이었어요. 면허를 딴 지 3년이나 지나서야 처음으로 제 이름이 박힌 차를 갖게 됐습니다. 8년 묵은 중고 아반떼, 850만원. 지금 생각하면 시동 걸리고 앞으로 굴러가면 다 좋은 차인 줄 알던 시절이었죠. 그 차를 아직도 몰고 있으니 벌써 6년째네요. 그런데 초반 3년 동안 제가 그저 몰라서 날린 돈을 대충 세어보면 200만원이 넘습니다. 자랑은 절대 아니고요, 누군가는 이 글 덕에 안 날렸으면 해서 창피한 얘기를 그냥 다 풀기로 했어요.
첫차 뽑고 석 달, 주황불 하나 무시했다가 견인차를 불렀다
차 산 지 딱 석 달쯤 됐을 때 계기판에 주황색 등이 하나 톡 들어왔습니다. 그때 제 논리는 단순했어요. 빨간불도 아닌데 뭐. 그렇게 2주를 태연하게 탔죠. 그게 엔진 경고등인 줄은 꿈에도 몰랐고요. 그러다 어느 출근길 아침, 시동을 걸자마자 rpm 바늘이 부들부들 떨더니 사거리 한복판에서 차가 그냥 꺼져버렸습니다. 뒤에서 경적은 울리지, 시동은 다시 안 걸리지. 결국 견인차 부르고 출근은 렌터카로 하고 수리까지, 그날 하루에만 40만원이 나갔어요. 원인은 점화코일 하나였습니다. 경고등 떴을 때 바로 갔으면 8만원이면 끝날 일이었죠. 주황색이라고 미룬 대가치고는 너무 비쌌습니다.
엔진오일 2만km 방치 — 정비사가 게이지 뽑아 보여주던 그 순간

솔직히 그땐 소모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머릿속에 없었어요. 오일 갈아야 한다는 건 어렴풋이 알았지만, 나중에 여유 될 때 하면 되는 줄 알았죠. 그렇게 2만km를 넘겼습니다. 어느 날부터 엔진 쪽에서 달그락달그락 잔소리 같은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정비소에 갔더니 사장님이 말없이 오일 게이지를 쑥 뽑아 제 눈앞에 들이밀었는데, 거기 묻은 게 오일이 아니라 시커먼 콜타르 같았어요. 엔진 안 붙은 게 다행이라는 한마디에 등줄기가 서늘했습니다. 그 뒤로는 1만km 아니면 6개월, 둘 중 먼저 오는 쪽으로 칼같이 갑니다. 갈 때마다 날짜랑 주행거리를 휴대폰 메모에 딱 적어두고요.
50만원 견적서 앞에서 선배한테 전화를 걸었다

초보 티가 줄줄 흐르니 바가지도 여러 번 썼습니다. 한번은 엔진오일만 갈러 들어갔는데, 사장님이 브레이크 패드도 다 됐고 미션오일도 시급하다며 50만원짜리 견적을 슥 내밀더군요. 아무것도 모르니 하마터면 그냥 결제할 뻔했어요. 그 순간 차 좀 아는 회사 선배가 떠올라 밖에 나가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황을 말했더니 패드 사진 찍어서 보내보라고 하더라고요. 찍어 보냈더니 답이 걸작이었어요. 아직 절반 넘게 남았는데 얼른 도망쳐, 하고요. 그날 이후로 규칙이 하나 생겼습니다. 큰 정비는 무조건 다른 데서 한 번 더 견적을 받고, 갈아야 한다는 부품은 눈으로 직접 보여달라고 말하는 것.
공기압 경고등 무시하고 명절 고속도로를 탔다

공기압 경고등도 저한테는 그냥 장식이었어요. 겨울에 등이 떴는데, 추우면 원래 뜬다더라 하고 넘겼거든요. 하필 그 상태로 명절에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200km쯤 달렸을까, 핸들이 미묘하게 손끝으로 떨림을 보내오더라고요. 불안해서 휴게소에 들어가 내려봤더니, 한쪽 타이어가 눈에 띄게 폭삭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못이 박혀 천천히 바람이 새고 있었던 거예요. 그 상태로 고속 주행을 계속했다는 게 지금 떠올려도 아찔합니다. 그날 이후 셀프주유소에 갈 때마다 공기압 체크하는 게 손버릇처럼 굳었어요.
6년 몰아보고 초보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
이렇게 실컷 데이고 나서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차는 겁먹을 상대가 아니라, 딱 관심 준 만큼 돌려주는 물건이라는 거예요. 경고등 색이랑 모양은 검색 한 번이면 정체가 나오고, 소모품은 갈 때마다 메모 한 줄이면 관리가 됩니다. 그리고 이건 진짜 강조하고 싶은데, 목돈 드는 정비는 반드시 두 군데 이상 견적을 받으세요. 저처럼 200만원어치 수업료를 낼 필요는 없잖아요. 이 글 한 편이 그 돈을 아껴줬다면, 제 흑역사도 값을 한 셈이고요.
